이번 주 월가의 시선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결과와 물가, 소비 지표로 쏠린다. 관세로 가계·기업 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과 소매판매 지표에 관세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3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4월 CPI가 전월 대비 0.3% 올랐을 것으로 예상한다. 3월에는 0.1% 상승했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4%를 유지했을 전망이다.
이번 CPI는 미국이 지난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처음 공개되는 물가 지표다. 미국은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했지만, 기본 관세 10%는 지난달 5일 발효한 이후 계속 유지하고 있다. CPI 지표에 관세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실업률 상승 위험을 경고한 뒤 시장은 물가 지표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오는 14일 나온다. 도매물가인 PPI는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인 CPI에 영향을 준다. 관세로 수입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P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3월(0.4% 하락)과 비교해 상승 반전했을 전망이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매판매 지표가 공개된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했을 전망이다. 3월에는 1.4% 늘어났는데 4월엔 증가율이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 예비치는 16일 나온다. 4월 확정치는 52.2로 전월(57) 대비 4.8포인트나 하락했었다.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도 함께 공개되는데 4월 6.5%와 비교해 5월 수치가 상승폭을 키웠을지, 줄였을지도 주목된다.
존핸콕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슈 미스킨 공동 수석투자전략가는 "CPI가 예상보다 높고,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가 소비 부진을 낳고 미 경제가 빠르게 둔화할 경우 물가 상승률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일부 전가하려 하지만,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 매출 자체가 쪼그라들고 기업 실적이 악화할 수 있어 가격 인상이 여의찮아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비용을 미국에서 대부분 부담했는데도 CPI 상승률이 완만하다면 이는 수요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소매업체가 수요 급감 없이 가격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이런 효과가 지속되면 관세의 순 영향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을 덜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