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로 하락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향해 추가 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달러 지수가 급락하며 환율도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63.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3.2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5.6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8.9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새벽 2시 마감가는 1366.5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75.6원)보다는 9.1원 내렸다.
한동안 잠잠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주말 새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나는 6월 1일부터 EU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한다”며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하려는 주목적으로 설립된 EU와 거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가 진지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그들은 수년간 우리를 매우 심하게 대했다”며 “(EU는) 미국에 해를 끼치고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까지) 9일 안에 합의를 기대하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합의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재확인했다.
잠잠했던 관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면서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12분 기준 99.05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142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7위안대로 모두 하락세다.
주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는 관세로 인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이어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2일에는 연말쯤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며 “현재로서는 인하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0~16개월 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수정했다.
굴스비는 “단기적으로 연준은 당장 움직이기보단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기준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74.9%로 반영됐다. 7월 동결론도 갈수록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환율은 달러화 약세와 아시아 통화 강세를 쫓아 큰 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더해진다면 환율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다만 환율 레벨이 1360원대까지 낮아진 만큼,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환율 하단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 또 관세 위협으로 인해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다면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환율 하락세가 제한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미국 금융시장은 메모리얼 데이로 인해 휴장하는 만큼, 환율 움직임은 제한될 수도 있다.